😈 헤이 빌런, 기록해야 하는 이유를 아나요?

지금 죽어도 후회하지 않으려면 해야 할 일

2023. 9. 19.

😈 헤이 빌런, 기록해야 하는 이유

💌 13호 : 헤이 빌런,

기록해야 하는 이유

📮 Dear My Friend,

Hey, villain. 안녕,

지지난 주 일요일, 한 4~5년 만에 정장 원피스를 입고, 스타킹을 신고, 높은 구두를 꺼내 신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친척 오빠 결혼식에 다녀왔어요.

20대 초반에는 꽤 즐겼던 차림인데, 이제는 남의 것을 입은 것처럼 영 어색하더군요.

무엇보다 결혼식에서 만난 친척 어르신들과 오랜만에 만난 언니·오빠들의 반응을 예상은 했지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하게 느껴졌습니다.

평소의 저는 사실 널브러져 있는 걸 가장 좋아해, 보통 면 티셔츠에 츄리닝을 입고 안경을 쓰고 화장도 하지 않아요.

친척들을 만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몰골인 상태로 휘적휘적 다니거나 바닥에 널브러져 있어요.

저한테나 부모님께는 그런 이중적인 모습이 익숙하지만, 친척분들은 너무도 낯선 저를 만난 거예요.

모두가 경탄하면서 놀랍다는 눈빛과 칭찬을 했습니다.

익숙한 사람인 저를 낯설다고 느꼈던 거죠.

오늘은 왜 기록해야 하는 지, <낯설게 하기>를 소개하면서, 이야기해볼게요.

🔖 Curation for 빌런

한 주 동안 인상 깊었던 영감을 모아 소개합니다.

📚 Book

한 주 동안 재미있게 읽었던 책과 구절을 소개합니다.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43p 필사한 노트와 내용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47p 필사한 노트와 내용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p. 43 - 목정원

이란에서는 춤추는 일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선 그렇지 않은데, 당신들은 왜 춤을 추지 않습니까 (...)

우리는 누군가 듣지 못하는 노래를 듣고, 누군가 보지 못하는 춤을 본다.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p. 47 - 목정원

어엿한 동시대인이 되기에 우리는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그것은 전부 타인의 아픔에 관한 일이다.

가 기록해야 하는 이유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을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읽어 보았는데, 공연예술이라는 낯선 세계인 데다가, 논문같이 딱딱한 문체라서 어렵게 느껴졌었어요.

하지만 읽고 나서 이상하게 계속 문장들과 작가의 시선이 일상의 많은 순간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곱씹어 보게 되더라고요. 데미안을 읽었을 때처럼요.

되뇔수록 제가 미처 이해할 수 없었던 세계와 감정, 사람들이 품으로 들어왔습니다.

때마침 북극 서점에서 작가님을 만나 뵙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생겨 북토크에 다녀왔어요.

책 속의 문장들을 읽으면서, 작가님을 차가운 도시 여자, 세련되고 우아한 이미지일 거라고 상상했는데,

예상외로 아담하고 라넌큘러스같이 온화하고 동글, 몽글한 이미지를 가진, 정답고 귀여운 다람쥐가 연상되는 분이셨어요.

실제로 독자와 마주했을 때, 상상했던 거랑 이미지가 많이 다르다는 평을 종종 듣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이유가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서 돌아봐도, 유효한 문장을 쓰고 싶어서, 최대한 문장을 감정을 절제한 채로, 건조하게 쓰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익숙한 작품인데도, 작가님의 해설과 낭독을 통해 흘러나와 귀와 마음에 닿았을 때, 전혀 다른 파동을 느꼈어요.

'낯설게 하기', 제가 처음으로 대학에서 세계 문학 발표를 할 때 맡아서 자료조사를 하고 PPT를 만들고 프레젠테이션했던 파트였어요.

사람들이 '산책'을 산책이라고 부르며, 산책이라는 개념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20C 초에 프랑스 학자들이 '산책자'라는 개념을 발표하면서부터라고 해요.

산책을 할 때는 주변을 많이 두리번거리게 되죠.

살다 보면 더 이상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의식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능력, '자동화'가 이루어진다고 러시아 형식주의 학자들이 주장했대요.

그렇기 때문에 예술의 역할은 자동화된 인식을 '낯설게 만드는' 데에 있다고 주장했대요.

낯설어지면 아름다워지고, 그것이 그것 자체로 올 때, 낯설어진다고요.

두리번거리지 않게 된 것들에 대해 다시 두리번거리면서, 익숙한 것을 새로운 것으로 보려고 하고, 그렇게 보이게끔 만들고, 외부의 무언가로부터 경탄 당하는 능력을 기르게끔 돕는 것이 예술의 가치이고 역할이라고 본 것이죠.

사람은 자동화의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프레임을 갖고 세상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그 틀을 깨도록 돕는 게 예술의 역할이자 가치라고요.

그 얘기를 해 주시곤, 신작인 『어느 미래에 당신이 없을 것이라고』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셨는데, 작가님은 이 책을 쓰기 전에 2명의 친구를 잃으셨대요.

평상시에도 사라지는 것에 관심이 많고, 죽음을 어떻게 대하고, 언젠가 죽을 거라면 지금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친구를 잃으면서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됐대요.

'왜 기록하는가, 왜 기록해야 하는가, 나는 왜 글을 쓰는가'를 성찰해 봤다고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사라진 것의 목격자 (증인)이 있어서 사라진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존재했음이 남는다.'는 걸 알게 되었대요.

작가님이 죽더라도 기록 그 자체가 작가님이 존재했다는 사실의 목격자가 되어 줄 거고,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이 작가님이 존재했음을 기억하고 증인이 되어 후세에도 자신이 존재했다는 걸 증언해 줄 거라고 믿기 때문에 기록한다고 하셨어요.

저도 '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나' 태초의 마음을 되짚어 보면, 역설적으로 언제든 죽을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저는 언제든 죽을 수 있지만, 제 생각은 글에 고스란히 남아서, 제가 이 땅에 존재했고, 저는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입증해 줄 테니까요.

언제 죽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게 인간사이므로, 제가 죽고 난 후에도 '나'라는 사람의 조각이 오래도록 살아남아 생명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요.

2명의 친구 중에 1명은 급성 백혈병으로 죽었고, 죽기 직전까지 교류하면서 지냈다는 사연을 듣고, 한 독자님이 또 질문을 했어요.

타인의 아픔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거나, 타인의 슬픔에 충분히 공감해 주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작가님은 그럴 때는 어떻게 하시냐고.

작가님은 그걸 인정하고, 그 사람의 주변에서 두리번거린다고 하셨어요.

내가 알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이니까, 내가 본래 가지고 있던 틀에서 벗어나 헤아릴 수 있도록, 그 사람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고요.

작가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어쩌면 꿈과 행복을 쫓는 것보다

나의 아픔과 슬픔을 목도하고, 모른 체 하지 않고 충분히 애도하고,
가까운 타인부터 먼 타인까지 점차 시야를 넓혀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두리번거리면서 낯설게 보려는 노력을 더 우선할 때,
덜 슬프고 덜 아린 삶을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삶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을 때, 미래를 꿈꾸고, 현재를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다고요.

'후회'는 한 일보다 하지 못한 일 때문에 더 많이 느끼는 감정이라고 해요.

과거를 반추하면서, 아쉽지만 후회하진 않는다고, 그게 나의 최선이었다고 확신하면서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가치 있는 삶이었을까요.

이제껏 했던 실수를 만회할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그걸 생각하며, 두려워하기보다,

이전에 했던 실수와 내게 남겨진 많은 감정적, 경험적 유산들을 되짚어 보며,
현재와 과거를 부지런히 이어
현재의 나와 주변의 타인, 넓게는 그 밖의 타인의 아픔과 슬픔을 어루만질 수 있는 여유를 기르고 싶습니다.

지금의 제겐 그게 중요해요. 그 다음에는 분명 또 변하겠죠.

는 지금 죽는다면, 무엇이 가장 후회될 것 같나요?

후회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살고 싶나요?

만약 자서전의 첫 줄을 적는다면, 뭐라고 적고 싶나요?

사진 출처 : 교보문고

🎙️ News for 빌런

요즘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합니다.

😈 브런치 글쓰기

<관계는 처음이라>라는 책을 쓰고 있다고 말한 적 있죠?

하반기에는 아마 이 책을 만들고 책과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지낼 것 같아요.

목표했던 것보다 더 러프하게 계획을 수정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일단 단절됐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업에 먼저 집중하려고요.

2달 가까이 일주일의 4일 이상 글을 발행하면서, 거의 20명의 구독자가 늘었습니다.

2020년부터 글을 발행하면서, 이렇게 단기간에 구독자가 늘어나고 있는 건 처음이에요.

브런치북을 발행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요.

뿌듯하면서도, 두렵고 초조한 마음을 오갑니다.

그래도 일단은 꾸준히 써 보려고요.

변경사항이 생기면 매주 이 코너를 통해 가장 빠르게 알려 드릴게요!

🖍️ Today's sentence

한 주 동안 인상 깊었던 한 문장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 서로 친구가 된다.

- 목정원 북토크쇼에서 적은 메모에서.

✒️ 답장하기

9월 9일은 오빠의 생일날이었습니다.

목정원 작가님은 이날을 귀여운 날이라고 하셨어요.

저는 평생을 9월 9일은 오빠 생일이라고만 생각해 왔던 터라,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이날이 귀엽게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우리 집은 가족들이 생일일 때마다, 다 같이 모여서 저녁에 생일인 주인공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먹고, 케이크 초를 불면서 생일을 축하해 주는 전통이 있어요.

이번에는 오빠가 여자친구랑 생일 여행을 간다고 해서 일찍 생일 축하를 했습니다.

덕분에 저녁 식사 시간에 늦어도 괜찮아서, 목정원 작가님의 북토크에 다녀올 수 있었어요.

인생에서 비껴가는 것들 속에서 재밌는 우연이 많이 생기고, 그 속에 기회도 함께 오고 가는 것 같습니다.

도 집만의 생일 전통이 있나요?

우리 집과는 다른 가 생일을 보내는 방식도 궁금하네요.

오늘 편지를 읽고 든 생각을 나눠 주세요.

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나의 작은 악당, 는 오늘 편지를 어떻게 읽었나요?

빌런👽만 쓸 수 있는 답장 하러 가기 📝

✒️ 답장 모아 보기

빌런즈가 보내 준 답장 중에서, 다른 악당들과 함께 봐도 좋다고 동의한 내용에 한해서, 온라인 편지 전시회를 열었어요.

우리들의 우체국이죠.

편지를 처음 보냈던 6~7월을 기억하시나요?

그때까지만 해도, 타인과 나의 시간 흐름에 더 비중을 두었습니다.

여전히 '시간'은 제게 강력한 화두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나의 과거 - 현재 - 미래를 더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아주 미묘한 변화를 도 발견했을까요?

빌런즈도 읽어 보고, 생각들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함께 대화 나누면서 더 깊이 있게 읽어 보아요!

2023년 09월 19일 화요일

유타의 조각을 담아

빌런즈만 볼 수 있는 답장 모음 보러 가기 📮👀

매주 화요일 오전 9시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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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친구 또 없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