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기도 하고, 무덥기도 하고 오락가락한 날씨와 함께, 저도 요즘 기분이 오락가락해요.

오늘은 좀 더 진솔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일종의 고백이랄까요?

  

그 마음을 유심히 들여다보았어요. '이번엔 정말 이대로 밀고 나가야 할 것 같은' 압박감과 초조함이었습니다.

덕분에 깨달았습니다. 마음과 방향을 바꾸는 것에 있어서 거부감과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걸요. 번복할 용기가 아직 차오르지 않았더군요.

어떤 걸 시작할 때마다, "이번이 'Last chance'니까 잘해?"라고 말하고 있었던 거예요.

다시 시작할 때에는 그만큼의 예열이 필요했습니다. 내가 나를 한번 더 믿어 줄 용기가 채워지려면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 마음을 받아낸 그동안의 제가 외롭고 안쓰러웠습니다. 미안했고요.

어릴 때부터 엄마는 "한번 하기로 약속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그렇게 지켜야지. 네 맘대로 바꾸고 그런 거 엄마는 정말 싫어. 그거 아주 못된 태도야. 그런 거 보면 너희 아빠랑 똑같아."라고 제게 자주 말씀하셨어요.

덕분에 "약속은 중요하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치"라는 태도와, "말을 번복하거나, 약속을 변경하는 건 내가 변덕스럽고 이기적으로 구는 무례하고 몰상식한 언행"이라는 고정관념을 같이 습득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떻게든 모든 것을 감수하고 상황을 잘 핸들링해서, 약속을 지켜냈을 땐 훈장처럼 뿌듯하고 값지고 스스로가 자랑스럽게 느꼈어요.

반면에 부득이하게 저의 사정으로 인해 약속을 변경하거나, 계획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수정하게 될 때는 통제력과 자제력이 떨어져서 일어난 일인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 때마다 죄책감과 패배감, 자괴감에 시달렸습니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약속'은 '신용' 그 자체였거든요.

"말과 행동을 번복하거나, 약속을 변경하는 건 최후의 보루이고, 가능한 한 바꾸어선 안 된다."는 사고 체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살면서 그게 되나요? 인생은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습니다. 나도 내 마음대로 움직이기 쉽지 않은데 하물며 타인이 내가 원하는 대로만 움직여 줄 리가 없죠.

다시 마음가짐을 수정했어요. 그건 엄마의 신념이지 나의 신념이 아니라고요.

그동안 엄마의 의견에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마땅히 반박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해서 따라왔던 규칙을 제 인생에서 걸러냈습니다.

이제는 '변덕이 심하다'는 리뷰를 듣더라도 버텨내려고 합니다. 지금 하는 선택과 과정, 결과만으로 제가 어떤 사람인지 결정 나지 않는다는 걸 새기면서요.

저는 그저 한 층, 한 겹, 한 장, 촘촘히 행보를 쌓아갈 거예요. 왜 제가 그때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행보를 통해 보여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열등감의 한 조각, 내가 어려워하는 부분을 꺼내 놓는 건 쉽지만은 않네요. 모든 건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번복할 용기'를 품고, 적당한 때마다 꺼내 쓰려고 해요.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저번주에 소개했던 HOC와 Fan Zine 만들기는 9월에 지원하고,

이번주에는 니트컴퍼니가 운영하는 니트 인베스트먼트 프로그램에 지원하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다음주에 다시 들려 드릴게요.

번복한 이유를 이야기하는 게 아직은 좀 겁이 나서요.

조금 더 시간을 갖고, 다음주에 용기 내서 편지에 상세하게 담을게요.

그 다음에 또 번복을 하게 된다 하더라도.

한 주 동안 인상 깊었던 한 문장을 소개합니다.

"어쩌면 나는 포기가 어려웠던 거 같아. 실패도 어렵고. 나는 나한테 실패할 기회를 왜 주지 않으려 하는 걸까?"

매주 화요일 오전 9시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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